2021. 11. 21. 01:31ㆍ드라마 리뷰/한국
나는 한국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보통 뻔한 로맨스 장르인 것도 있고, 매번 쓰잘데기 없는 장면을 넣어서 보기가 영 껄끄러웠다.
그렇다고 아예 범죄/스릴러 장르를 찾아보기에는 그쪽은 너무 잔인하고 자극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한국 드라마도 외국 드라마처럼 러브라인을 줄이고 절제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비밀의 숲과 괴물을 보게 되었고, 이 두 드라마로 인해 다시 한국 드라마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괴물을 다 보고 나니 더 볼 만한 게 없어서 심드렁해 있었는데,
방구석 폐인 탐정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럴 수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설정이잖아.
이건 절대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3화부터 생방송을 챙겨보기 시작했다.
한국에 없던 드라마, 구경이
사실 이 포스터를 어디선가 봤을 때부터 호기심이 생겼었다.
포스터가 이상하고 독특해서 흥미가 생기기도 했고
대체 어떤 드라마길래 이영애님이 비닐을 머리에 두르고 있는 걸까 궁금했었다.
그 궁금증은 1화를 보자마자 바로 해소할 수 있었다.
구경이를 보면서 세상에 없던 탐정을 정말 만날 수 있었다.
구경이는 드라마 제목이기도 하면서 이영애님이 맡은 배역의 이름이기도 하다.
구경이는 강력팀 형사였지만 현재는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는 폐인이다.
하지만 워낙 똥컴을 쓰는 탓에 레이드 도중 튕기는 게 일상이다.
그런 구경이에게 후배가 찾아와 최고급 게임 장비를 맞춰주면서 일을 도와달라고 한다.
초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한데 저건 극히 일부분에 속하고,
7화까지의 내용은 저 줄거리의 10배 정도 된다.
너무나 아쉽게도 12부작이기 때문에 전개가 꽤 빠른 탓이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서둘러서 TV에서든 티빙에서든 넷플릭스에서든 구경이를 보길 바란다.)
구경이는 왜 세상에 없던 탐정인가
일단 구경이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독특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탐정처럼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거나 멋진 옷을 입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구경이는 술과 게임에 의존하고 잘 씻지도 않으며,
머리는 산발을 하고 긴 코트 하나만 대충 걸쳐 입는다.
구경이가 겉모습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서 수사와 추적에도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항상 심드렁하고 지루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
형사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한다.
한번 생각해보라.
우리나라, 아니 전세계 드라마에 이런 캐릭터가 있었는지.
매사에 관심 없어 보이지만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나고 겉모습과 청결에 신경 쓰지 않는 여성 캐릭터.
만화나 영화,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이같은 남성 캐릭터는 수없이 봐왔을 것이다.
별거 없어 보이는 남학생이 알고 보니 히어로라던가, 하찮아 보이는 아저씨가 사실은 매우 뛰어난 해결사라던가.
그런 작품들을 보면서 왜 이런 여성 캐릭터는 없을까 수없이 품어왔던 의문을 구경이가 풀어준 것이다.
이러한 캐릭터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구경이는 탐정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구경이는 왜 한국에 없던 드라마인가
1. 개성 넘치는 캐릭터
구경이는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찾아보지 못했던 독특한 캐릭터를 자랑한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구경이라는 놀라운 캐릭터를 만들어낸 걸로 모자라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 강한 개성과 특징들을 부여했다.
주연인 구경이, 케이, 나제희뿐 아니라 국장, 산타, 경수씨까지 모두 특이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또한 배우분들이 그러한 설정들을 정말 자신의 것처럼 흡수해서
마치 캐릭터와 한몸이 된 것처럼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특히 케이와 나제희의 연기가 아주 인상 깊은데, 나는 두 분을 처음 봐서 신인 배우이신 줄 알았다.
하지만 김혜준(케이)님은 킹덤과 미성년에, 곽선영(나제희)님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출연하셨다고 한다.
두 분에 대해서는 쓸 이야기가 많아서 나중에 따로 글을 쓰도록 하겠다.
그냥 두 분의 연기가 미쳤다는 사실만 알아주길 바란다.
2. 창의적인 연출 방식
구경이는 연출도 굉장히 참신하고 창의적이다.
여태까지 본 적 없는 다양하고 독특한 구도와 기법을 구경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밈을 오마쥬한 장면도 있고 생동감 넘치는 추리 장면들이 그 예시다.
특히 연극처럼 연출한 장면이 많은데, 이러한 장면들은 정말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3. 여성 캐릭터를 향한 시선
마지막으로, 구경이에서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법이 참 좋았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여성 캐릭터를 각종 다양한 방법으로 성적 대상화하고,
캐릭터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불편한 옷을 입히고 하이힐을 신기곤 하는데 구경이에는 그런 장면이 없다.
직접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도 없고 불필요하게 신체를 부각하는 장면도 없다.
다시 말해, 전개에 필요하지 않는 쓸데없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 배우들이 이렇게 편한 옷을 입고 편하게 촬영하는 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구경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이런 작품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결론
결론은 이거다.
그냥 봐라. 지금 당장 봐라.
조금이라도 늦게 본다면 그건 당신의 손해다.
시류를 대표하는 이 작품을 보고 어서 흐름에 올라타라.
구경이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싫을 것이다.
그럼 이만 줄이고 다음 글로 또 찾아오겠습니다.
사진 출처
- JTBC 구경이 공식 홈페이지
구경이
본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매주 토,일 밤 10시 30분 방송! | https://tv.jtbc.joins.com/inspectorkoo
tv.jtbc.joins.com
- 다음 영화 김혜준 프로필
김혜준
Daum영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movie.daum.net
- 김혜준 인스타그램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공식 홈페이지
슬기로운 의사생활 | 현장 포토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의 현장 포토 메뉴
program.tv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