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8. 20:14ㆍ레딧/nosleep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매력적인 직업은 아니지만, 공과금도 낼 수 있고 매일 돈도 적당히 받을 수 있으니까.
25살짜리 대학생이 특별한 기술 없이 할 수 있는 일 중엔 최선일걸.
그리고 나이 있는 운전자들을 잘 피하고 배달 중에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지 않을 수만 있으면 나름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야.
적어도 월요일이 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지.
그 날 하루는 오후 3시 30분까지 그럭저럭 잘 지나갔어.
보통 월요일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음 배달원이 오는 3시 정도까지는 배달할 게 없어.
나는 오전 배달원이니까 다음 배달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배달을 하는 거지.
그래서 컴퓨터에 '딩!' 소리가 나면서 온라인 주문이 들어온 걸 보고 꽤 신났어.
오늘 50번째로 페이스북을 보는 중에 나는 "샘, 드디어 주문이 들어온것 같아요." 라고 말했어. 오늘은 별로 바쁜 날이 아니었거든.
오픈 매니저 샘이 자리에서 새 주문이 들어온 화면을 올려다 봤어.
"음..." 샘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화면을 보더라.
샘 표정을 보고 나도 화면을 다시 봤지.
고객들이 주문에 대해 요청 사항을 적어주는 게 있는데, 컴퓨터 화면에 그게 떠 있었어.
'박스에 용을 그려주세요'라던가 '피자 사각형으로 잘라주셈' 같은게 보통 써 있거든. 근데 이번 요청 사항은 진짜 이상했어.
195876 E. Cicero가.
보통 요청 사항에 주소는 잘 안 적거든. 그리고 더 이상했던 건 써져 있는 집 번호야.
우리는 400 ~ 2600번 사이 집에만 배달하는데 내가 제대로 읽은 거라면 이 주소는--
"195번길? 여기 195번길이 있긴 해요?"
샘은 일어나지도 않은 채 피자 테이블 위에 걸린 화면을 계속 바라보며 말했어 "존 아직 안 왔지?"
난 내 폰으로 시간을 확인했어.
오후 2:56
"몇 분이면 도착할 것 같은데 왜요?"
샘은 한숨을 쉬더니 일어나서 테이블로 향했어, "존 오면 걔한테 이 주문 관련해서 물어봐."
난 그를 따라 테이블로 갔지, "이 주문이 대체 뭔데 그래요?"
샘은 테이블 옆에 있는 냉장고에서 큰 피자 반죽을 꺼내 주문 들어온 피자를 만들기 시작하며 말했어,
"난 배달해본 적이 없어서 뭐라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 존 오면 걔한테 얘기해. 걔가 이 주문 몇 번 받았거든."
내가 샘한테 오늘따라 불필요하게 이상하게 군다고 소리치기도 전에 배달원 전용 문에 달린 벨 소리를 들었어.
"여, 저 왔어요!" 존은 가게에 들어서면서 맨날 지가 하는 인사를 했어.
"어 왔냐," 샘이 피자를 만들면서 말했어. "얘 Cicero가 주문 받았다."
존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졌지, "망할."
샘이 올리브, 소세지, 페퍼로니, 말린 파인애플이 잔뜩 올라간 피자에 바나나 후추를 뿌리면서 말했어. "얘한테 좀 알려줄 수 있냐?"
존은 배달원 입구 옆에 있는 냉장고 근처로 걸어가더니 주문서가 떠 있는 화면을 봤어.
테이블에 있던 요청 사항에도 써 있듯이, 화면의 주문서에도 195876 Cicero가가 주소로 되어 있었지.
"담배 한 대 피우고 와야겠어요." 존이 화면을 보면서 말했어.
샘이 발끈해서 말했지, "너 방금 막 왔잖아."
"그쵸. 근데 여기 마틴이랑 담타를 좀 가져야겠어요."
"아니, 진짜 무슨 일인데 그래요?" 내가 말했어.
내가 15분 안으로 가야 되는 배달에 대해 얘기 중인데 난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잖아.
"알았어. 대신 빨리 갔다 와." 샘이 피자를 오븐에 넣으며 말했어.
존이 씨익 웃고 자기가 방금 들어온 입구로 나가면서 날 손짓으로 불렀어.
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 존이라고 생각해서 그를 따라 나갔지.
밖으로 나갔더니 이미 필터 없는 팔말(담배 종류)에 불을 붙여놨더라.
"진짜 빠르네." 내 뒤로 문이 닫히자 내가 말했어.
존의 얼굴에서 사라졌던 미소는 다시 돌아와 있었지, "이렇게 담배 한 대 피우려고 일하는 거지 뭐."
나도 담배를 꺼내서 불을 붙이며 물었어. "그니까 그 주문이 대체 뭔데 이러는 거야? 우리 그린필드까지만 배달하잖아. 2600번까지, 맞지?"
"근데 우리 Cicero가에도 배달 가잖아, 그치?"
Cicero가는 1400번에서 2600번 집들 근처에 있는 도로거든, "맞아, 근데 이 주문은 195876번이잖아. 주소가 존재하더라도 우리 구역이 아니잖아.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거야?"
존이 큰 연기 구름을 뿜어내며 말했어. "진짜 있는 주소야. 삥 돌아서 가면 돼."
"기분 나쁘게 굴지 말고 제대로 설명해봐."
"아 재미없네," 존이 한 모금 빨아들이며 말했어. "너 Cicero가에 배달 간 적 있지, 그치?"
"어. 실버타운 안에 있잖아?"
"엉. 거기서 구석에 있는 이상한 표지 본 적 없냐?"
난 거기로 배달 갔다가 존이 말하는 표지를 본 게 생각났어, "그 어린애가 그린 것 같은 '출구 없음' 표지 말하는 거지?'
존이 웃었어, "그래, 그거."
"그거 맨날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큰 길 옆으로 난 좁은 길 앞에 있는 표지잖아.
"그리고 그 길은 그 표지 밑으로 두 집밖에 없는 막다른 길이지." 존이 덧붙였어.
"근데," 내가 그의 말에 다시 덧붙였지, "그게 이번 배달이랑 무슨 상관인데?"
존이 반쯤 태운 담배를 입에서 떼고 그걸 바라보며 말했어, "전부..."
존은 더 말하지 않고 담배를 다시 물었어.
난 거의 소리지르고 싶은 심경이었지만 존의 걱정된 표정을 보고 부드러운 톤으로 말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지, "존?"
"가스 얼마나 있어?" 그가 마지막 연기를 뿜어내더니 갑자기 물었어.
예상치 못한 질문에 헛기침을 하다가 말했지, "뭐?"
"최소한 반은 있지?
난 1초 정도 생각하고 대답했어, "조금 더 있어."
"좋아. 네가 평소 배달하는 것처럼 가면 너 못 찾아가. 거기 가는 유일한 방법은 아까 말한 그 작은 길을 타고 가는 건데, 길 제일 끝에서 유턴 하고, '출구 없음' 표지가 보이면 우회전 해. 네가 이 말 하려는 거 알아, 맞아, 진짜 이상하게 들리지. 근데 이렇게 하기 전까진 절대 못 찾는다."
아, 이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네, "야, 네가 말하면서도 헷갈리지? 네가 뭐 하려는지 알겠어, 나 바보로 만들고 내가 결국 못 찾아가서 저 역겨운 피자를 들고 다시 가게로 돌아오면 비웃으려는 거잖아."
존이 웃었어, "나도 처음에 저 배달 갈 때 그렇게 생각했어. 유턴을 안 했거든."
"그니까 대체 뭐 때문에 나보고 널 믿으란 건데?"
"담배 다 피우면," 존이 거의 필터 끝까지 탄 담배를 쥐고 있는 내 손을 가리키며 말했어. "증명해줄 수 있어."
난 마지막 한 모금을 들이마시고 드라이버 입구 옆에 있는 재털이에 담배를 던졌어, 그리고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 주문 화면을 봤지.
샘은 벌써 테이블에서 피자를 자르고 포장하고 있었어.
존은 내가 곧 Cicero 195874번가로 배달 간다고 화면에 뜰 때까지 주문 화면을 눌렀어.
“네가 어제 다른 사람을 배달 보내면 안 된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는 내 비난에 동요하지 않는 것처럼 확인 버튼을 클릭했어.
영수증 두 장이 뽑혀 나왔어, 하나는 고객 사인을 받는 매장용이고, 하나는 고객용으로.
우리 회사가 최근에 잘한 일 중에 하나가 바로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고객들이 배달원이 출발하기도 전에 미리 팁을 주도록 하게 한 거야.
존은 이거에 대해 엄청나게 불평했는데 나는 꽤 맘에 들었어.
그 시스템이 고객들한테 언제 팁을 10%, 15%, 20%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줬기 때문이지.
존이 출력된 영수증을 집어들어 나한테 보여줬어.
나는 거기 적힌 팁을 보고 이게 정말 날 골려먹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
손님이 미리 준 팁이 무려 150달러(약 18만원)였어.
“말도 안 돼.” 나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어.
“너는 운 좋은 놈이다, 난 솔직히 다 떠나서 내가 갔으면 했는데.”
“뭐?” 그의 손에서 영수증을 가져가고 나서 주문지를 집으려고 몸을 돌리며 말했어.
샘이 방금 주문지를 우리 뒤쪽 선반에 있는 가방에 넣어 두었거든.
“아무것도 아니야. 규칙만 잘 따르면 넌 괜찮을 거야.”
나는 몸을 돌려 그를 기묘한 눈빛으로 쳐다봤어.
“네가 26번가를 지나고 나면 뭔가 좀.. 이상해질 거야. 너는 배달하면서 반드시 세 가지 일을 해야 해.
첫 번째로, 라디오를 듣지 마. 힘든 규칙은 아닌데 라디오를 안 들으면 배달하기 더 편하거든.”
내가 비웃었어, “요즘 누가 라디오 듣냐?”
그가 웃었어, “그래. 두 번째로, 항상 표시된 제한 속도를 지켜. 그리고 좀만 더 세게 밟아야지 하는 생각 절대 하지 마라. 진짜 절대로.”
나는 가방을 집어들고 맨 앞에 있는 투명한 주머니에 영수증을 다 집어넣었어, “세 번째는 뭔데?”
존이 한숨을 쉬었어, “195876 E. Cicero가에 도착할 때까지 어떤 이유든지 절대 멈추지 마. 뭘 보든지, 절대 멈추면 안 돼.”
나는 조용히 서서 생각에 잠겼어. 이거 진짜 장난 같단 말이지. 날 골려먹으려는 장난.
근데 난 이미 150달러 팁을 받았잖아. 이 배달을 하고 나면 이거 하나만으로 이번 달 휴대폰 비용을 낼 수 있다고.
나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짓고 가게 밖으로 나갔어.
차에 가방을 싣고 닛싼 맥시마 1998(차 종류)의 엔진을 켜자 휴대폰 문자 알림이 울렸어.
나는 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메시지를 봤지. 존한테서 온 거였어.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멈추지 마!'
난 영수증의 주소를 쳐다보고 다시 휴대폰을 봤어.
난 한숨을 쉬고 나서 케이블을 휴대폰에 꽂고 주차장을 벗어나 Cicero가를 향하기 전에 노래를 크게 틀었어.
내가 Cicero가에 도착해 목적지를 향해 차를 돌리기 전에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한 블록 다음에 막다른 길의 끝이 보였고 그 때 존이 유턴에 대해 얘기한 게 생각났어.
나는 짜증을 내면서 큰 길 옆에 평행하게 나 있는 작은 길로 차를 돌렸어.
차를 돌린 뒤 내려가 유턴을 하고 나서 모퉁이의 표시판이 보일 때까지 30미터를 다시 올라갔어.
내가 기억하는 것처럼 표지판은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어.
표지판은 모퉁이에 있는 집의 잔디로 뒤덮인 돌의 구석에 꽂혀 있었고 큰 흰색 글자로 ‘출구 없음’이라고 쓰여 있었어.
글자의 아랫부분은 글자를 쓴 어린애들이 페인트를 너무 많이 쓴 것처럼 보였어.
“여기 아무것도 없는데.” 오른쪽으로 돌아서 Cicero 가를 내려가면서 말했어.
내가 길을 처음 내려갈 때와 다르게 이쯤에서 보여야 하는 막다른 길의 끝이 보이지 않았어.
“뭐야?”
나는 길을 천천히 내려가면서 여러 집들을 지나며 주소를 살펴봤어.
2156.
2202.
2546.
2632.
나는 고개를 돌리고 내가 주소를 살펴본 마지막 집을 봤어.
우리 배달 구역은 2600번에서 끝나는데.
내가 2546 E.Cicero가와 2632 E.Cicero가 사이를 지날 때 그린필드가 길 사이를 뚫고 지나갔어야 하는데.
나는 2632번 너머의 길을 내려다봤어.
저 집 너머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인도에 둘러싸인 아스팔트 길뿐이었어.
빽빽이 들어찬 집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끝없이 늘어져 있는 흙더미만 보였어.
나는 멈춤 표지판 앞에서 멈췄어.
표지판 위에는 ‘26번가’라고 쓰여 있는 도로명이 보였어.
“이거 진짜 이상하네 존. 진짜 이상해.”
나는 말도 안 되게 멀리까지 뻗어 있는 길에 있는 멈춤 표지판을 보면서 지나갔어.
난 피자 가방에 붙은 영수증에 써 있는 팁 150달러를 봤지.
“근데 150달러잖아.”
나는 액셀을 밟고 텅 빈 길을 운전해 내려갔어.
출처: reddit nosleep Cawdor23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ah82qf/i_deliver_pizzas_i_just_made_the_strangest/